가계부를 쓰고, 소비 패턴을 진단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돈을 안 쓰는 게 정말 최선일까?"
사실 우리는 절약에 대해서는 많이 배우지만, 돈을 잘 쓰는 법에 대해서는 별로 배우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지출을 아예 줄이거나, 소비를 죄책감으로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건 소비도 결국 내 삶의 선택이라는 거예요.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나를 성장시키기도 하고,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기도 해요.
그래서 오늘은 그동안 제가 시행착오 끝에 조금씩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돈 잘 쓰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무조건 절약이 아니라, 나에게 의미 있는 소비를 찾고 돈을 가치 있게 쓰는 방법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게요.
나만의 소비 기준 세우기 – 가치 있는 소비란?
처음에는 정말 무조건 아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커피도 사 마시지 않고, 옷도 유행 지나기 전까지 입고, 친구들이 외식하자고 하면 부담스럽고요. 그런데 그렇게 몇 달을 지내다 보니 정작 삶의 만족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더라고요.
저축통장에 돈이 쌓이는 건 기뻤지만, 어느새 우울감이 밀려오고, 소비에 대한 죄책감이 늘어났어요.
그래서 저는 ‘소비 기준’을 세우기로 했어요. 내게 정말 필요한 건 무엇인지, 나에게 오래도록 기쁨을 주는 소비는 어떤 건지를 찾아보기 시작했죠. 이를 위해 간단한 리스트를 만들어봤어요.
-이 소비가 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해주나?
-구매 후 최소 6개월 동안 사용할 것인가?
-충동적인 감정으로 지른 건 아닌가?
-대체할 수 있는 저렴한 방법은 없는가?
이 질문에 스스로 대답하면서 소비를 결정하니까 훨씬 더 만족도가 올라가더라고요.
예를 들어 저는 독서와 여행을 정말 좋아해요. 책은 매달 일정 금액을 도서비로 따로 배정하고, 여행은 1년에 두 번 정도 알뜰하게 계획해서 다녀와요. 이건 제 삶의 행복을 꽤 크게 만들어주는 소비예요. 반면, 명품 가방이나 최신 스마트폰은 큰 의미가 없어서 아예 관심을 끊었어요. 제가 충동구매를 자주 하는 편이였는데 요즘은 무언가 구매하기 전에 2번정도 다시한번 더 나자신에게 질문을 해요.
이렇게 자신만의 '우선순위 소비 리스트'를 만들어보면 돈을 쓰는 순간마다 후회도 줄고, 만족감은 오히려 올라가요.
경험과 성장에 투자하기 – 소유보다 경험 중심으로
한때 저도 '비싼 물건을 사야 가치 있는 소비'라고 생각했어요. 남들이 명품을 사고, 새 차를 뽑을 때면 저도 따라가야 할 것 같은 불안함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소유보다 경험이 더 값진 것임을 깨닫게 됐어요.
작년에 친구들과 다녀온 강릉 여행이 좋은 예였어요. 큰돈을 들이지 않고 계획해서 다녀온 그 2박 3일이 아직도 친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어요. 바다에서 바라본 일출, 맛있던 커피, 한밤중의 수다 — 이건 시간이 지나도 더 특별해지더라고요. 반면 그해 초에 큰맘 먹고 산 비싼 운동화는 벌써 신발장 구석에 밀려버렸어요.
옷, 신발을 사더라도 좀 더 좋은 브랜드를 찾게 되고, 화장품을 사더라도 백화점에서 명품 브랜드의 화장품들을 찾아 자기만족과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기도 했는데요. 물론 비싼 화장품이 좋기도 하지만 로드샵으로 가더라도 그만한 화장품들이 많다는걸, 브랜드에서 가치를 찾기보다 화장품의 질과 금액적 부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었죠.
최근엔 새로운 취미로 도예 수업도 시작했어요. 수강료가 적지 않았지만, 직접 만든 머그잔을 매일 쓰면서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어요. 이렇게 경험형 소비는 물건보다 훨씬 오래, 깊게 남아요.
이 외에도 저는 자기계발 관련 온라인 클래스, 건강관리 (요가·필라테스), 가족 식사자리 등에 지출을 아끼지 않으려고 해요. 이런 경험들이 결국 내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주니까요. 소유욕보다 경험욕을 저 충족시켜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소비 피로 줄이기 – 비교 말고 나만의 속도 찾기
요즘은 소비 유혹이 정말 많아요. 인스타그램, 유튜브, 쇼핑몰 광고까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구매 욕구를 자극하죠.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나만 부족한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저도 그런 비교에 지친 적이 많았어요.
인스타그램에 나오는 수많은 광고는 구매욕을 자극하기도 하고, 나중에 생각하면 내가 이걸 왜 샀지? 싶은 것들이 정말 많고, 내가 굳이 이 제품을 모험해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들이 정말 많아요.
친구가 새로 산 자동차를 보여주고, 동료가 해외여행 사진을 자랑할 때면 괜히 나도 따라야 할 것 같고요. 하지만 이런 소비 피로에 빠지다 보면 결국 내 통장 잔고만 줄고, 행복은 오히려 줄어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비교 대신 '내 속도 찾기'를 시작했어요. 최신 스마트폰이 나와도 기존 폰이 멀쩡하면 계속 쓰고, 친구가 새 옷을 사도 제 옷장을 먼저 살펴봐요. 주변에서는 "왜 이렇게 안 사냐"고 할 때도 있지만, 제 기준에서는 불필요한 소비를 막고 그 돈으로 더 나은 경험을 준비하는 게 더 만족스럽더라고요.
최근에는 1년 동안 무지출 챌린지도 해봤어요. 무조건 안 쓰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고, 소비 전에는 반드시 ‘왜 지금 사야 하는가?’를 3번 자문했어요. 처음엔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필요한 물건과 충동구매를 구분하는 감각이 생겼고, 통장 잔고도 꽤 늘었어요.
소비는 남과 비교할수록 피로해져요. 나의 기준과 나의 속도에 맞게 소비하는 연습이 결국 '잘 쓰는 법'의 핵심이라는 걸 배웠어요.
에필로그: 잘 쓰는 법은 나를 아끼는 방법이에요
돈을 잘 쓴다는 건 결국 내 인생을 잘 디자인하는 일과 같아요.
‘무조건 아끼기’가 아니라, 나에게 정말 필요한 곳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그렇지 않은 건 과감히 거르는 것.
이런 기준이 생기면 소비는 더 이상 죄책감이 아니라 삶의 즐거움이 될 수 있어요.
이제는 매달 예산을 짤 때도 저만의 ‘가치 지출 리스트’를 만들어요. 성장, 경험, 소확행, 관계 등으로 분류해서 돈을 쓰고 있어요. 이 습관 덕분에 저축도 꾸준히 되고, 돈을 쓸 때마다 만족감도 높아졌어요.
오늘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도 혹시 소비를 ‘절약’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어떻게 쓰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어떨까요? 돈을 잘 쓴다는 건 결국 나를 아끼고, 내 삶을 사랑하는 방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