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끝,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마음일 때가 많아요. 머리는 복잡하고, 몸은 지쳐있고,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땐 딱히 목적도, 완성도도 필요 없는 무언가에 집중해보고 싶어집니다. 저에겐 그게 ‘색칠’이었어요.
아이들 장난감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요즘 어른들을 위한 컬러링북이 정말 다양하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디테일한 패턴부터 감성 일러스트, 여행지 풍경, 명화, 동화까지. 이 작은 그림들에 색을 입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은 위로가 되어줍니다.
오늘은 제가 ‘퇴근 후 30분 컬러링 명상’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고,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추천하고 싶은 컬러링북과 도구들까지 한 번에 소개해보려고 해요. 색을 통해 하루를 정리하고 싶은 분들께 작지만 깊은 힐링이 되길 바라며 시작해봅니다.
색을 칠하는 동안, 생각도 잠잠해지는 시간
처음 컬러링북을 집어든 건 유튜브에서 "컬러링 테라피"라는 영상을 본 후였어요. 영상 속 사람은 말없이 오랜 시간 정성스럽게 색을 입히고 있었는데, 보고 있는 저도 왠지 조용해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호기심으로 컬러링북을 구매하게 됐고, 퇴근 후 아무 생각 없이 색연필을 들기 시작했죠.
컬러링북의 가장 큰 매력은 ‘결과’보다는 ‘과정’에 있어요. 그림을 잘 그릴 필요도 없고, 뭔가를 새로 만들지도 않아요. 이미 그려진 선 위에 천천히 색을 입히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그 단순한 행위가 머릿속을 아주 조용히 정리해주는 느낌을 줍니다. 일하면서 생긴 스트레스나 엉킨 감정들도 컬러링북 앞에서는 잠시 멈춰서요.
특히 반복적인 패턴을 칠할 때, 마치 명상을 하는 것처럼 리듬이 생기고 점점 마음이 평온해져요. 아무도 나를 재촉하지 않고, 실수해도 괜찮고, 정답도 없는 공간에서 오롯이 나만의 색을 채워나가는 시간. 요즘처럼 빠르게 흐르는 세상에서 이런 정적인 취미가 참 귀하게 느껴집니다.
도구 욕심은 천천히, 내 손에 맞는 색부터
컬러링북을 시작하면서 처음엔 예쁜 색연필 세트를 사고 싶었어요. 마카도 눈에 들어오고, 수채 색연필도 궁금했고요. 하지만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들이다 보면 오히려 부담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평범한 24색 색연필로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예쁜 색들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색연필은 ‘부드럽게 칠해지는가’, ‘겹칠 때 자연스러운가’, ‘번짐은 없는가’ 등을 기준으로 고르면 좋아요. 개인적으로는 파버카스텔, 프리즈마, 미쯔비시 유니 색연필이 괜찮았고, 조금 더 부드럽게 표현하고 싶을 땐 젤펜이나 마카를 섞어 쓰기도 했어요. 요즘은 색연필에 ‘블렌더’라는 도구도 있어서 색과 색 사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데도 도움을 받아요.
처음엔 선을 벗어나는 게 어색하고, 색 조합도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색을 고르고 싶은지’에 집중하는 거예요. 그날 기분 따라 선택하는 색만으로도 내면의 상태를 들여다볼 수 있어요. 밝은 노랑이 땡긴다면 아마 기분이 들떠 있거나 활력을 원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회색이나 파랑이 눈에 띈다면 조금은 가라앉아 있는 상태일 수도 있고요.
퇴근 후 루틴으로 만든 ‘컬러링 명상’의 힘
처음엔 단순한 힐링용 취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거의 퇴근 후의 일상 루틴이 됐어요. 집에 오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물 한 잔 마신 뒤 조명을 켜고 색연필을 꺼내요. 그리고 좋아하는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두고 컬러링북을 펼쳐요. 20~30분 정도만 색칠해도 하루의 피로가 조금씩 사라져가는 걸 느낍니다.
이 시간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었어요. 업무 스트레스를 들고 오기보단 “오늘은 어떤 색을 써볼까?”라는 기대감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으니까요. 이 작은 루틴이 제 하루의 온도를 바꾸어 놓은 거죠.
요즘엔 인스타그램에서 #컬러링북 해시태그를 보면 다른 분들의 작업물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해요. 어떤 색 조합을 썼는지, 어떤 북을 사용하는지, 도구는 뭘 쓰는지도 참고가 되고요. 서로 다른 사람이 같은 그림을 칠해도 전혀 다른 분위기가 나오거든요. 그런 걸 보는 재미도 크고, 댓글로 소통하다 보면 공감과 응원도 받을 수 있어요.
에필로그: 색칠로 그리는 나만의 쉼표
컬러링북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제게는 하루를 정리하고 마음을 다독이는 하나의 작은 명상이 되었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손을 움직이는 그 순간에, 생각이 가라앉고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거예요.
디지털 화면 속에서 쏟아지는 정보들에 지친 하루, 손으로 색을 칠하며 나만의 속도로 돌아가는 이 시간. 당신도 오늘 하루, 작은 색 하나로 자신만의 쉼표를 그려보는 건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