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저는 문을 열었을 때 코끝에 닿는 향기라고 말할 거예요.
그게 디퓨저든, 향수든,
누군가의 공간이나 사람이 머물다 간 자리에 남는 ‘향’은 그 사람의 분위기를 대변하죠.
그러다 문득, 생각했어요.
“나만의 향기, 내가 직접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
향이라는 건 감각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오래 남고, 은근히 우리 감정에도 영향을 미치잖아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직접 디퓨저와 향수를 만들어보면서 겪은
후기, 추천 키트, 향 조합 팁들을 소개해보려고 해요.
내가 좋아하는 향을 고르고, 섞고, 완성하는 시간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나를 알아가는 일’처럼 느껴졌거든요.
나에게 맞는 향을 찾는 첫걸음 – 향을 고르는 감각 깨우기
향을 직접 만들겠다고 마음먹고 나니 가장 먼저 막히는 부분이 있었어요.
“어떤 향을 좋아하는지, 나는 잘 모른다.”
그동안 향수를 고를 때도 ‘남들이 좋다고 한 브랜드’ 위주였고,
디퓨저도 그냥 예쁜 병이나 유명한 향을 샀을 뿐.
정작 내 취향은 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향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노트(nota)라는 개념도 처음 알게 됐고,
향을 탑노트 – 미들노트 – 베이스노트로 나눈다는 것도 새롭게 다가왔어요.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자료를 찾아보며 향의 계열을 하나하나 적어봤고,
가까운 백화점 시향 코너에서 향수 테스터도 슬쩍 훑어봤죠.
*향을 고를 때 도움이 되었던 팁
탑노트, 미들노트, 베이스노트로 구분해서 좋아하는 계열 찾기
→ 시트러스, 플로럴, 우디, 머스크, 그린, 오리엔탈, 허브 등 다양해요
기억 속 향기에서 힌트 찾기
→ 어린 시절 비누 향, 엄마 화장대, 갓 세탁한 이불 냄새 등
현재의 나에게 필요한 감정 떠올리기
→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면 라벤더나 머스크, 상쾌함이 좋다면 민트나 유칼립투스 계열 추천
향을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감정적인 작업이더라고요.
이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건 너무 강해서 부담스럽다, 이런 판단들이
점점 내 취향을 또렷하게 만들어줘요.
저는 결과적으로 화이트 머스크 + 코튼 계열의 파우더리한 향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후 DIY 향 조합도 그 계열 중심으로 잡았더니 훨씬 만족도가 높아졌답니다.
나만의 디퓨저 만들기 – 방 안 공기를 바꾸는 작은 병 하나
향을 고른 후, 가장 먼저 만들어본 건 디퓨저였어요.
에탄올과 프래그런스 오일, 그리고 병과 리드스틱만 있으면 간단하게 완성할 수 있는 DIY라
초보자에게 아주 추천하는 방법이에요.
온라인에서 디퓨저 만들기 키트를 주문했는데, 요즘은 정말 잘 나와 있어서
향 조합 예시, 비율 가이드, 병 디자인까지 모두 취향대로 고를 수 있어요.
저는 ‘파우더리 블랑’ 향과 ‘화이트 머스크’ 향을 베이스로 조합했어요.
잔잔하고 포근한 향이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진정시켜주는 느낌이었죠.
* 디퓨저 DIY 간단 레시피 (100ml 기준)
-프래그런스 오일 2030ml (2030%)
-무수에탄올 7080ml (7080%)
-디퓨저 베이스 오일 (선택 사항)
-리드스틱 (우드 or 섬유)
-병 (투명 or 앰버 유리 추천)
향 오일은 ‘아로마랩’이나 ‘마이센트’ 같은 전문 쇼핑몰에서 구매했고,
무수에탄올은 약국이나 공방 키트몰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요.
향 조합은 처음에는 설명서에 나온 비율대로 해보다가,
두 번째 만들 땐 제 취향대로 블렌딩 해봤어요.
예: 화이트머스크 20ml + 피오니 5ml → 부드럽고 은은한 호텔 향기 느낌!
무엇보다 디퓨저를 만든 후 하루가 달라졌어요.
문을 열자마자 내가 직접 고른 향이 집을 감싸고 있으면, 기분부터 리프레시되니까요.
향 하나만으로도 공간의 분위기, 나의 컨디션이 바뀔 수 있다는 걸 몸소 느꼈어요.
향수 DIY 도전기 – 나만의 시그니처 향 만들기
디퓨저에 이어 조금 더 도전적으로 느껴졌던 향수 만들기도 시도해봤어요.
처음엔 ‘향수는 공방 가야 만들 수 있는 거 아닌가?’ 했는데,
요즘은 향수 DIY 키트도 온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요.
향수는 디퓨저보다 조금 더 정교한 비율과 블렌딩 감각이 필요하긴 해요.
그래서 저는 초보자용 키트를 구매해서,
미리 준비된 몇 가지 향 조합 중에서 내 취향에 가까운 걸 조금씩 섞어보는 방식으로 시작했어요.
* 향수 DIY 레시피 (30ml 기준)
-프래그런스 오일 (20~25%)
-무수에탄올 or 향수 전용 알코올 (75~80%)
-디아이워터 or 정제수 (선택)
-글리세린 1~2방울 (지속력 향상)
-향수병 (스프레이 타입 추천)
향수는 블렌딩 후 최소 2주 정도 숙성시키는 게 포인트!
냉장 보관보다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서 숙성하는 게 좋아요.
그 시간 동안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날카로운 톤이 부드러워져요.
저는
탑노트: 베르가못, 레몬
미들노트: 라벤더, 피오니
베이스노트: 화이트 머스크, 앰버
조합으로 만들어봤는데,
맡을 때마다 나만의 무드가 느껴져서 스스로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특히 이 향수를 가지고 작은 미니 스프레이 병에 담아 파우치에 넣어 다니니까,
하루 중 지칠 때 꺼내 뿌리면 정말 기분 전환이 되더라고요.
마치 나만 아는 비밀의 무기처럼.
에필로그: 향으로 기억되는 하루, 나를 위한 향기 루틴
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에 남아요.
어떤 향을 맡았을 때 떠오르는 기억, 그 감정의 잔상은 생각보다 오래가더라고요.
직접 만든 디퓨저와 향수는 단순한 향기 이상으로,
나만의 감정, 나만의 공간, 나만의 무드를 담고 있는 소중한 작업이었어요.
매일 같은 하루, 퇴근 후의 짧은 시간이라도
나에게 어울리는 향을 스스로 선택하고 만드는 경험은
진짜 ‘나를 위한 선물’ 같았어요.
다음엔 또 어떤 소확행으로 하루를 채워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