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면, 늘 같은 풍경이 펼쳐지죠.
소파, TV, 스마트폰, 그대로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어느새 또 하루가 끝나 있어요.
바쁜 일상 속에서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은 많은데,
무언가 특별한 취미를 시작하는 건 또 부담스럽게 느껴지고요.
그래서 이번엔, 조금은 느긋하고 감성적인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어요.
이름하여 ‘퇴근 후, 홈카페 차리기 도전기’.
그동안은 카페에 가야만 느낄 수 있었던 그 분위기를 집 안으로 옮겨보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직접 핸드드립 커피를 입문하게 된 과정과 사용한 도구들,
그리고 홈카페 감성을 200% 채워줄 예쁜 잔 추천까지 하나하나 나눠보려고 해요.
핸드드립의 세계에 입문하다 – 시작은 작고, 향기는 깊게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어요.
“캡슐커피도 충분히 맛있는데 굳이 핸드드립까지?”라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슬로우한 드립 영상’을 보고 난 후,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커피 도구들을 검색하고 있더라고요.
핸드드립의 매력은, 과정 그 자체가 하나의 작은 의식 같다는 점이에요.
분쇄된 원두 향을 맡고, 온도를 맞춘 물을 부드럽게 부어가며 커피를 추출하는 일련의 과정은
어쩌면 명상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어요.
딱 퇴근 후, 하루의 리듬을 천천히 정리할 수 있는 데 아주 적합하죠.
* 제가 처음 준비한 입문용 장비:
드립포트: 전기포트와 구분되는, 좁고 긴 주둥이의 드립포트
드리퍼: 하리오 V60 (입문용으로 많이 추천됨)
서버: 추출된 커피를 담는 유리 용기
필터: 드리퍼와 함께 사용하는 종이 필터
원두 그라인더: 수동으로 분쇄하는 재미도 좋지만, 초반에는 분쇄 원두 구매도 추천
처음에는 무게를 재거나, 추출 시간을 재는 일조차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막상 몇 번 따라 해보니 금방 익숙해졌고,
무엇보다 직접 내린 커피 한 잔을 마셨을 때의 뿌듯함은 말로 다 못 할 정도였어요.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하루가 차분해졌다는 것.
커피를 내리는 5분 동안만큼은 스마트폰도, 걱정도 잠시 멀어지게 되거든요.
‘취미’라기보다, 그날의 나를 위로하는 작은 루틴처럼 느껴졌어요.
원두 고르기부터 물 붓기까지 – 실패하지 않는 드립 루틴
핸드드립을 처음 시작하면 ‘어떤 원두를 써야 할까?’ ‘분쇄도는 어떻게 해야 하지?’ 같은 고민이 생겨요.
저도 그랬어요. 괜히 어려운 기술처럼 느껴졌고,
유튜브에서는 고수들의 추출법이 쏟아지니까 더 위축되기도 했고요.
하지만 중요한 건 정확한 수치보다 내 입맛을 찾는 것.
그래서 저는 "일단 해보자!" 정신으로 접근했어요.
* 제가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드립 루틴
원두 선택:
‘산미가 부담스러우면 에티오피아보다 브라질/콜롬비아 계열 추천’.
저는 첫 입문으로 브라질 옐로우 버번을 골랐어요. 고소하고 단맛이 부드러워서 매일 마시기 좋아요.
분쇄도:
굵은 설탕 정도의 굵기 (중간 굵기)로 시작.
물이 너무 빨리 떨어지면 굵고, 너무 천천히 떨어지면 가늘다는 뜻이에요.
비율:
원두 15g + 물 240ml 기준으로 시작.
처음엔 너무 깊이 계산하지 말고, 적당히 눈대중으로 시작해도 괜찮아요.
물 온도:
8590도 정도. 전기포트에서 끓인 후 3040초만 식히면 딱 좋습니다.
추출법:
30초간 bloom(뜸 들이기) → 34번에 나눠 천천히 물 붓기 → 총 2분 30초3분 정도
처음에는 ‘이게 맞나?’ 싶었는데, 세 번, 네 번 내리다 보면 점점 감이 생겨요.
특히 물줄기 조절에 익숙해질수록, 커피 맛이 눈에 띄게 안정되거든요.
무엇보다 좋은 점은, 내가 좋아하는 커피 맛을 찾는 재미가 있다는 거예요.
누군가는 산미 있는 원두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초콜릿 향이 감도는 묵직한 커피를 좋아하죠.
핸드드립은 그 취향을 직접 조율해볼 수 있는 경험이기도 해요.
분위기는 잔에서 완성된다 – 홈카페 감성 잔 추천
드립커피를 만들고 나서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이 커피, 예쁜 잔에 따라 마시면 더 맛있을 것 같은데?"
맞습니다. 분위기의 완성은 결국 ‘잔’이에요.
그때부터 저는 본격적으로 홈카페 감성 잔 찾기에 돌입했죠.
예쁜 잔 하나만으로도 테이블 분위기가 확 달라지고,
커피 한 잔이 훨씬 더 특별하게 느껴지거든요.
* 추천하는 홈카페용 컵 종류
-투명 유리컵 (더블월)
커피 층이 보이면서 온기를 오래 유지해주는 매력.
특히 라떼 만들 때 정말 감성 폭발이에요.
-빈티지 머그컵
중고마켓이나 플리마켓에서 운 좋게 득템한 도자기 머그.
잡았을 때 무게감도 좋고, 딱 그 '카페의 그 느낌'이 나요.
-한국 작가 도자기 컵
요즘 소규모 도예 작가들의 작품을 온라인으로도 많이 구매할 수 있는데,
하나하나 유일무이한 디자인이 많아서 정말 소장가치 있어요.
‘클레이서울’이나 ‘슬로우파이브’ 같은 감성 도자 브랜드 추천해요.
-미니 에스프레소 컵
꼭 에스프레소가 아니어도, 짧은 잔에 커피를 따라마시는 것도 분위기 있어요.
특히 아침에 짧고 진한 커피 한 잔 할 때 기분을 확 바꿔줘요.
잔뿐만 아니라, 트레이나 코스터, 냅킨 같은 소품까지 갖추면
진짜로 카페 부럽지 않은 ‘나만의 공간’이 완성돼요.
이 공간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건 정말 큰 위로가 됩니다.
에필로그: 커피가 내려오는 시간, 나도 천천히 가라앉는다
핸드드립을 배우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빠르게 사라지는 피로보다 천천히 쌓이는 여유의 소중함이었어요.
하루의 끝에서 10분쯤만이라도 커피를 내리고, 예쁜 잔에 따라마시며
그날을 돌아보는 시간은 생각보다 큰 위안을 줘요.
오븐 없이 쿠키 굽던 그날처럼,
아이패드로 이모티콘 만들며 몰입하던 그날처럼,
오늘은 핸드드립 커피와 함께, 조용히 나를 다독여봤어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도
혹시 내일을 위한 에너지를 커피 한 잔에서 찾을 수 있길 바라며,
다음 퇴근 후 소확행 루틴으로 다시 인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