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정신없이 일을 마치고 나면,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은 하나도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넷플릭스도 재미없고, 친구들과의 약속도 부담스러울 때,
문득 무언가 ‘손으로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한 땀 한 땀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
그렇게 알게 된 것이 바로 자수였습니다. 어렵고 복잡할 거라는 선입견과 달리,
요즘은 초보자용 키트도 다양하고,
인스타그램을 보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감성 자수 콘텐츠도 많더라고요.
실과 바늘만 있으면 어디서든 시작할 수 있는 취미라는 점도 매력적이었죠.
오늘은 제가 처음으로 손자수 키트로 자수를 시작한 후기,
그리고 함께 참고했던 인스타 감성 자수 계정 추천, 마지막으로 자수를 하면서 바뀐
퇴근 후 루틴과 마음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퇴근 후의 소소한 힐링을 찾고 있다면, 이 글이 좋은 출발점이 되어줄 수 있을 거예요.
자수, 진짜 아무나 할 수 있을까? : 첫 자수 키트 개봉기
자수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시간도 많고 손재주도 좋은 사람이 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요즘은 정말 다양한 입문자용 자수 키트가 나와 있어서,
아무런 준비 없이도 바로 시작할 수 있더라고요. 저는 인터넷에서 <식물 자수 입문 키트>를 주문했는데,
실, 바늘, 도안이 인쇄된 천, 수틀까지 다 들어 있어 ‘이거 진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첫날, 퇴근하고 집에 와서 수틀에 천을 끼우고 실을 끼워봤어요.
사실 실 끼우는 것도 처음이라 유튜브에서 ‘자수 실 끼우는 법’을 검색하면서 시작했는데,
은근히 이런 사소한 동작들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더라고요.
가장 처음 배우게 된 건 ‘백 스티치’라는 가장 기본적인 스티치였는데, 실을 당기고, 다시 천에 찔러 넣고…
이 단순한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머릿속이 점점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물론 처음엔 실이 꼬이고, 바늘이 엉뚱한 데로 빠지고, 손가락도 몇 번 찔렸지만,
그조차도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어차피 첫 작품이니까’ 라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만의 리듬이 생기더라고요.
2~3일 정도 퇴근 후에 30분씩 자수를 하니, 드디어 첫 번째 작은 식물 자수 작품이 완성됐어요.
천 위에 실로 완성된 나의 첫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성취감,
그리고 그 과정을 담은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림은 못 그려도 자수는 할 수 있다’는 말, 이제는 정말 공감해요.
감성 자수의 정석: 인스타에서 찾은 자수 계정 BEST 3
자수를 하다 보면 문득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이 도안 예쁘다, 어디서 찾지?” 같은 생각이 들어요.
이럴 때 큰 도움이 된 게 바로 인스타그램 자수 계정들입니다.
특히 요즘은 감성적인 자수 콘텐츠를 올리는 크리에이터들이 많아,
자수 초보자에게도 훌륭한 참고 자료가 되더라고요.
제가 자수 시작하면서 큰 영감을 받은 계정은 아래 세 곳입니다:
@needlepoetry
– 말 그대로 실로 쓰는 시. 간단한 문구와 섬세한 꽃 자수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눈으로만 봐도 힐링이 됩니다. 도안 없이 느낌대로 자수를 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해요.
@stitch_nature
– 자연을 주제로 한 식물, 나무, 하늘 등을 자수로 표현하는 계정입니다.
계절감 있는 작품이 많아 ‘지금 이 계절엔 이런 자수 해보고 싶다’는 영감을 얻기 좋아요.
@onestitch_diary
– 일상 자수 일기 형식으로 운영되는 계정. 본인의 하루를 짧은 자수로 표현하는 방식인데,
퇴근 후 짧게 자수를 하고 기록하는 데에 딱입니다. 초보자 도안도 자주 공유해줘서 실용성도 높아요.
이런 계정들을 팔로우하면서 느꼈던 건,
자수는 기술을 뽐내는 게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라는 거예요.
그림 대신 자수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니, 마음이 훨씬 편해지고
더 자유롭게 실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어요.
또한 이 계정들을 보다 보면,
‘나도 저런 감성 있는 자수 일기 하나쯤 써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그 욕구는 곧 습관이자 취미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죠.
퇴근 후 나를 위한 시간: 자수가 만들어준 일상의 여백
자수를 시작한 이후, 제 하루의 리듬이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예전엔 퇴근하면 스마트폰을 붙잡고 의미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거나,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멍하니 있기 일쑤였어요. 하지만 자수를 하게 되면서부터는
의도적으로 ‘나만의 여백’을 만들게 되었어요.
자수를 놓기 위해 작은 조명을 켜고, 음악을 틀고,
수틀을 꺼내는 그 루틴 자체가 하나의 ‘정리 의식’이 되었달까요.
퇴근 후의 피로함을 털어내고, 스스로를 다시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시간이 되었어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자수를 하면서는 다른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손끝에 집중하게 되니, 불안한 생각, 불필요한 비교,
오늘 있었던 스트레스까지 자연스럽게 사라지더라고요.
또 자수를 완성한 날에는 작은 성취감이 생기고,
그 결과물을 사진으로 남기면서 기록하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저만의 ‘자수 일기장’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작은 공책에 자수천을 붙여보기도 했고,
감성적으로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려보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이 시간은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점이 제일 소중했어요.
“내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그게 이렇게 소중한 거였구나” 하는 걸 자수를 통해 다시 깨닫게 되었죠.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런 여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꽤나 달라졌습니다.
에필로그: 나만의 리듬을 실에 꿰다
자수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기대 이상으로 따뜻했어요.
바늘과 실이라는 단순한 도구로 이렇게 많은 감정을 꿰맬 수 있다는 걸 몰랐거든요.
퇴근 후 30분, 실 한 가닥에 나를 담아보는 시간이 이렇게 큰 위로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혹시 지금, 하루하루가 텅 빈 것처럼 느껴진다면…
아니면 단지 무언가 새롭고 부드러운 루틴이 필요하다면, 손자수를 추천하고 싶어요.
예쁘지 않아도 괜찮고,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실을 당기는 그 순간, 마음도 함께 정돈된다는 것이니까요.
작고 느리지만 분명히 내 것이 되는 이 취미가,
당신의 하루 끝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